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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 인플레이션은 누구에게 나쁜 것일까?

전북노동정책연구원2022.11.01 10:58조회 수 55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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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LI이슈페이퍼 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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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누구에게 나쁜 것일까?

 

작성 | 강문식(전북노동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발행일 | 20221031

 

 

인플레이션은 누구에게 나쁜 것일까?

노동자의 시각에서 인플레이션 이해하기

 

현재 전세계의 화두는 인플레이션이다. 8%대를 유지하는 미국의 전년대비 물가상승률은 1980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980년대 초반 위기 이후, 즉 신자유주의 시기에 세계는 저인플레이션의 시대였다. 특히 2008-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물가상승률은 거의 2% 이하를 유지하였으며 세계는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던 처지였다. 올해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5차례에 걸쳐 0~0.25%에서 3.0~3.25%까지 인상했다. 금리 인상이 초래할 경기 위축, 혹은 인플레이션의 결과를 두고 미 경제학계는 치열한 논쟁 중이다. 이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시행했다. 필자는 올해 초 인플레이션이 단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었으나 그 이후의 전개는 전망에서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당시 간과했던 쟁점들을 더욱 상세하게 살피고 인플레이션과 그에 대한 정책대응이 갖는 의미를 다룬다.

 

인플레이션이란

사전적 의미에서 인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이 오르는 현상을 가리킨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논의하기 전에 국내총생산(GDP)을 살펴보는 것이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다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GDP는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더한 값을 의미하며 보통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따라서 GDP의 성장은 그 나라가 생산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품목과 양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GDP는 재화와 서비스가 각 품목별로 몇 단위씩 생산되었는지를 합산하여 나타내는 대신 화폐가격으로 환산하여 표기하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의 양은 동일해도 화폐로 표현되는 명목 GDP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으로 표현한다. 인플레이션은 같은 단위의 화폐가 표현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어드는 상황을 뜻한다. 물가를 나타내는 지수에는 지수에 반영된 품목이나 계산하는 방식, 쓰임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개인소비지출(PCE), GDP디플레이터 등이 있다. 미국 Fed의 정책결정에는 CPI, PCE에서 변동 폭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ore)물가지수가 자주 활용된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기에 모두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며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에 나서는 것일까. 가치가 없어진 화폐를 화장지 대신 사용하는 장면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가장 정형화된 이미지일 것이다. KDI 경제정보센터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자산가격이 상승하므로 빈부격차가 심화된다고 설명한다. 중등교육과정의 경제교과에서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방식인데 역사적 경험에 부합하지 않는 쟁점적 주장이다. 최근 인플레이션의 원인, 전망을 두고 활발히 전개되는 논쟁도 이 쟁점들과 연관된다.

 

​​​​​​​통화주의 : 돈을 많이 풀어서 화폐가치가 하락한 것

개요

밀턴 프리드먼이 인플레이션을 상품에 비해 돈이 너무 많은 현상이라고 표현하듯 통화주의는 인플레이션을 화폐량의 증가와 연관 짓는다. 정부,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서 물가가 올랐다는 식의 이야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통화주의가 지지하는 화폐수량설은 화폐가 상품생산에 외생적으로 투입되며 통화량과 명목GDP 사이에 정비례 관계가 존재한다고 본다. 이 관계를 표현한 항등식이 이다. 여기에서 Q는 그 사회의 총 산출량(GDP)에 해당하며 P×Q는 명목GDP가 된다. 통화주의는 화폐유통속도가 안정적이라고 가정하며 실질GDP도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생산이 결정되므로 통화량과 무관하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M(통화공급)이 늘어나면 P(물가수준)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통화주의는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합리적 기대이론)하므로 시장에 맡겨 놓으면 가격변동과 실업도 자연히 해결된다(효율적 시장이론)고 가정한다. 이들에게 정부의 인위적인 통화·재정정책은 물가를 교란할 뿐이고 정부가 시중의 자금을 사용하는 만큼 투자와 소비가 위축(구축효과)되어 성장을 저해한다. 이들은 정부의 역할이 통화량의 부족으로 생산활동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시중에 통화를 공급(소위 유동성 공급이라고 한다)하여 경색을 풀거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시중에서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등의 안정화 정책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난점

통화주의는 현실의 인간 사회와는 거리가 있는 여러 편향적 가정(합리적 기대, 효율적 시장 등)을 전제하며, 통화주의가 지지하는 완벽한 시장에서 왜 주기적으로 공황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의 관계 역시 통화주의의 예측과 현실 경제에서의 지표가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가깝게는 2008-09년 금융위기 이후 미 Fed4,000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정책목표인 2%에 미치지 못했다. 통화주의 이론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케인즈주의 :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반비례 관계

개요

1958년에 영국의 경제학자 필립스가 명목임금 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후 1960년대 들어 케인즈학파에서는 필립스 곡선을 경험적으로 입증하려는 논의가 활발했다. 정부의 개입으로도 실업률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출 수 없다고 주장하던 통화주의자들과 달리 케인즈주의 경제학은 정부의 재정·통화 정책으로 수요를 견인하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케인즈학파의 목표는 생산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고용수준인 완전고용의 달성으로 표현되곤 한다. 하지만 완전고용 상태를 넘어설 만큼 총수요가 증가하여 총공급을 초과하면 생산요소의 비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새케인즈주의에서 통용되는 필립스 곡선 추정모형은 각주와 같다.

 

논쟁

케인즈학파 내에서 2021-2022년 인플레이션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래리 서머스GDP에 비해 큰 규모의 COVID-19 대응 재정정책으로 실제GDP가 잠재GDP를 초과하여 수요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이 초래됐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팀은 자연실업률보다 낮은 실업률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때문에 현재의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높여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금보다 급격한 긴축을 시행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구인률이 낮아지면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며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새케인즈주의 필립스 곡선 추정 모형에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의 반비례 관계라는 기본 아이디어에 더해 기대 인플레이션이 반영되어 있다. 기업은 미래의 기대 물가를 현재의 가격 결정에 반영할 것이므로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현재 시점의 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따라서 통화·재정당국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정책의 주요 목표가 된다. ‘인플레이션팀이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COVID-19 이후 생활 방식의 변화로 가계의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는 점,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잠재생산능력 감소도 지적 된다.

인플레이션팀과 대립각을 세우는 안심해팀은 이번 인플레이션의 주 원인을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비용상승(cost-push)에서 찾는다. COVID-19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설비 가동률 하락, 물류 병목,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안심해팀은 공급이 개선되면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고, 긴축정책은 공급을 확대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안심해팀의 폴 크루그먼은 잠재GDP가 과소추정되었고 경기구체책은 소비되기보다 저축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재정정책이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었다. ‘안심해팀은 구인률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이 노동자를 해고하기 전에 구인의사를 먼저 철회할 것이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의 연착륙이 가능하며 오히려 과도한 긴축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금리 인상의 효과는 지연되어 나타나므로 이미 과거의 상황이 된 물가상승률 지표를 근거로 과도한 긴축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률이 올해 상반기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는 점 역시 안심해팀이 긴축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의 하나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는 안심해팀을 지지한다. 보고서 저자 아담 사피로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각각의 상품을 수요-공급의 균형과 이동이라는 미시경제학의 원칙에 따라 실제 가격과 예측 가격의 차이를 기준으로 수요주도형인지, 공급주도형인지, 혹은 어느 쪽인지 불분명한지를 구분했다. 이를 근거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최근의 인플레이션에 공급요인과 수요요인을 분리하여 각각의 기여 정도를 계량한 월별 통계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20228월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중 공급 측면의 기여분은 2.92%, 수요 측면의 기여분은 1.88%였으며, 아담 사피로는 최근 공급 요인의 효과가 더 증가하고 수요 요인의 영향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난점

 올해 7월 들어 크루그먼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게 지속되고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일부 정정하면서 인플레이션팀도 공유하는 새케인즈주의 경제모델로는 예측에 문제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경제가 잠재GDP에 가까워질 때 기존의 모형 보다 인플레이션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케인즈학파는 1970년대에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측하지 못했다.

평탄해진 필립스 곡선도 케인즈학파의 난점이다. 여러 연구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해져 필립스 곡선이 평탄해졌음을 보고한다. 같은 시기 세계적으로 임금 상승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아졌고(BIS, 2022) 한국에서도 최근 20년간 임금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한국은행, 2022).

 

​​​​​​​총체적 관점에서의 접근 : 인플레이션은 누구에게 나쁜 것인가

통상 경제학에는 사회의 경제 주체들에게 공통의 이해와 각 주체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가 존재한다는 가정이 놓여 있다. 대부분의 논의는 인플레이션을 모두에게 나쁜 것으로 전제하지만, 상황을 단순화시켜 보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손실을 입는 경제주체는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다. 돈을 빌린 사람(채무자) 입장에서는 물가가 상승할 때 실질 부채가 감소하는 효과를 누린다. 인플레이션이 부의 재분배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은 이번 인플레이션 이전에 발행한 국채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여 부채 감소(혹은 정부 수입 증가) 효과를 누렸다.

현대경제학은 계급 간 이해가 다르며 심지어 적대적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마르크스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과 그렇지 못한 계급 사이에 놓인 적대적 관계(생산관계)와 생산력으로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술진보는 노동을 절약(노동자 1명 당 더 많은 단위를 생산)하려는 경향을 가지므로 중립적이지 않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인플레이션에 던지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노동을 절약하는 기술진보는 자본-노동 비율을 높여 자본의 수익성(이윤율)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노동을 절약하는 기술진보는 상품들의 가치를 하락시키면서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 반대편으로는 통화·재정정책, 독점자본의 가격 결정력이 있다. 특히 케인즈주의 정책은 가격을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마르크스의 화폐이론을 참고해야 한다. 통화주의의 화폐수량설과 달리 마르크스에게 있어 금화폐는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노동력이 투입되어 생산된 특수한 상품으로서 상품생산에 내생적이다. 화폐가 자신이 상품으로서 지닌 가치만큼을 표현한다고 보는 마르크스주의 화폐이론에서는 통화량 증가는 그 사회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가치가 늘어났음을 의미하며 그 역이 아니다. 그렇다면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인위적으로 공급한 통화는 어디로 간 것일까? 정책결정자들은 공급된 유동성이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기를 기대했으나 통화는 자산시장에 머물렀고 기업의 투자는 저조했다. 아래 그래프에 나타나듯이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된 2009년 이후 본원통화는 크게 증가했지만 광의의 통화량(M2)은 변화의 폭이 작았으며 2020년 전까지 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주택가격과 증시는 모든 기간 크게 상승했다. 본원통화를 공급해도 실제 유통되는 통화량이 적었던 것은 낮아진 자본의 수익성 때문이다. 요약하면 마르크스의 이론과 같이 실물경제에서 유통되는 통화의 양은 그 사회가 생산할 수 있는 생산력과 연관된다. 통화량을 인위적으로 늘려도 자본의 수익성이 낮은 시기에는 공급된 통화가 투자와 생산의 증대로 이어지는 대신 금융시장을 팽창시켰다. 케인즈주의는 정부의 재정 지출(주로 적자 지출이다)로 수요를 확대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통화주의자의 주장처럼 정부의 금융 완화, 적자 재정이 곧바로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확대된 수요만큼 공급이 확대되지 않을 때, 즉 자본의 수익성과 성장률이 낮아질 때 인플레이션이 문제 될 것이다.

자본의 수익성(이윤율), 계급 간 적대를 토대로 자본주의의 역사적 변천을 살필 때 인플레이션의 의미를 좀 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중반까지 황금기를 경험하던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1965년부터 이윤율이 크게 하락하며 자본-노동 비율이 급속히 상승한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케인즈주의적 정책 기조 아래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을 통해 수요를 견인했으나 수익성이 감소한 자본이 고용을 줄이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으로 특징지워진 1970년대의 경제위기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Fed1970년대 초에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12.9%까지 올리는 긴축정책을 시행했으나 1970년대 후반부에는 사회적 압력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완화적 정책으로 돌아선다.

우리가 2020년까지 경험한 저인플레이션 시대로의 전환은 계급 간, 자본 부문 간 권력 관계를 역전시키며 이루어졌다. 통화주의자인 폴 볼커는 미 Fed 의장에 취임한 후 1979~1981년 사이 기준금리를 19%(실질금리 10%)까지 인상했다. 정부는 극심한 실업, 구조조정에 맞서는 노동운동을 무력으로 진압(미 관제사 파업, 영 광산 파업 파괴)했고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며 공공부문 사유화, 긴축재정에 나섰다. 아래 그래프는 실질금리가 높아질 때 실업률도 높아졌다는 역사적 경험을 보여준다. 이 일련의 조치는 소유자(채권자)의 권력을 강화하는 신자유쥬의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금융화된 자본주의 체제로의 변모 이후 자본의 이윤율은 다소 회복된다. 1980년대부터 상위소득자에게로 부가 집중되기 시작했으며 전세계적으로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협상력은 낮아졌다. 필립스 곡선 평탄화는 이와 같은 배경에서 보다 명료하게 이해될 수 있다. 뒤메닐·레비는 1970년대에는 미국의 상위 1% 소득자가 총소득의 9%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2007년에는 그 비중이 24%로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1979년의 이자율 상승은 시장 메커니즘의 효과가 아니라, 숙고된 결정이자 권력 행사의 효과이다(뒤메닐·레비, 2009)”.

최근의 인플레이션도 자본주의의 역사동역학을 바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21-2022년 인플레이션은 노동생산성의 역성장과 동시에 발생했다. 생산성 증가율이 높은 시기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만큼 생산성 상승이 정체하거나 심지어 역성장하면 인플레이션이 압력이 높았다. 역사적으로는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가 해당한다. 이번 인플레이션도 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짐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과 케인즈주의에 내재적인 가격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긴축정책은 케인즈주의에 내재적인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착취율을 증가시키겠지만 생산성 증가율을 회복시키지는 못 한다.

 

​​​​​​​긴축은 노동자계급의 답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장된 공포,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는 강박은 소유자의 이익을 신성시하는 이데올로기의 한 형태이다.

앞서 KDI 경제정보센터에서 제시한 인플레이션 설명은 대부분 경험과 부합하지 않았다. 물가상승은 대개 시차를 두고 명목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주류 경제학자들은 연쇄상승(물가상승->임금인상->물가상승)이 우려되니 노동자의 임금 인상부터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던가.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임금이 하락할 것이라며 노동자 가계를 걱정하는 척하는 주장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산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여부보다 자본의 수익성과 통화정책에 종속적이다. 2008년 위기 이후 낮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던 시기에도 자산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은 부채를 조정함으로써 오히려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자에게 고통을 안긴다면, 그것은 인플레이션 자체보다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한 긴축 정책의 결과이다.

금리인상과 재정정책의 축소라는 수단을 이용해 인플레이션을 급격히 낮춘다면 소유자의 이익을 지키는 대가로 노동자에게는 높은 실업률과 실질임금 감소라는 희생이 전가된다. 2008년의 양적완화 정책을 실행했던 밴 버냉키 Fed 전 의장은 지금은 1980년과 다르며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당시에는 이자율 상승에 사회적 저항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팀의 주장처럼 가파른 금리인상을 포함한 긴축정책은 경제에 충격을 주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1970년대 당시의 케인즈주의는 생산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하락하는 자본주의의 경로를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40년 전처럼 긴축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해소한다면 경제의 훼손과 노동자계급의 희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2008-2009년 위기 이후에도 자본의 낮은 수익성이 만성화되어온 만큼 그 같은 조치는 인플레이션팀의 예상보다 더 강한 연쇄적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진보센터의 저스틴 슈바이처, 로즈 카타르는 20222분기 미국의 비금융법인의 이익률이 195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실질임금은 감소하여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상황에서도 노동자의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것은 긴축정책의 희생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자는 주장이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를 막을 개입이 시급하다.

필자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한 일련의 논쟁과 관련해 증세를 통한 세입 증대 없는 재정 정책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2020-2021년의 완화정책은 금융경색에 대응하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이었던 2008년의 양적완화 정책과는 차이가 있었다. 2020-2021년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더해 급여보호프로그램(PPP), 실업수당, 경제부양지원금(EIP) 등 가계가 곧바로 소비할 수 있는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재정 정책 자체는 중립적이지 않으며, 정책의 수혜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정책의 재원을 누구로부터 마련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다르다. 그래서 재정정책의 근거로서 조세 확대가 필요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대기업과 고소득자 증세를 추진했다. 작년 초에는 현행 21%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8%로 올리고, 고소득자의 세율은 37%에서 39.6%로 올리며, 자본이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개인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올려 10년간 36천억 달러 규모의 증세를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BBB)’ 계획을 밝혔다. 올해 8월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은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 및 재정확대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더 나은 재건중 마지막 법안인 미국가족계획(American Families Plan)에 기초한다. 한국에는 전기자동차 보조금법으로 다소 협소하게 알려져 있지만 법안의 요지는 부유층에 세금을 부과하고 공급 측면에서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높여 인플레이션에 대응한다는 데 있다. 주요 내용은 세전 이익 10억달러 초과 대기업은 법인세 최저 실효세율을 15%, 주식 소각 등을 위한 자사주 매입에 1%의 과세, 제약회사 처방약 가격 통제 등의 방안으로 7,400억 달러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사회보장 및 재생에너지 산업에 4,330억 달러 규모로 지출한다는 것이다. 법안은 각종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적정임금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내용은 미 공화당과 민주당 조 멘친 상원의원의 반대 등으로 바이든 정부의 초기 증세정책과 더 나은 재건(BBB)’에서 후퇴하였다. 증세대상, 재정 지출 규모와 항목이 줄었고, 보조금 지원의 전제조건도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적정임금으로 수정되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은 한국의 노동운동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인플레이션 국면 가운데 노동자계급은 긴축론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며 정부에 불평등을 감축시키는 방향의 재정정책 실행을 요구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재정정책 자체보다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위기의 책임을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지에 있다. 증세의 방법에 있어서는 일회적 소득에 대한 과세를 넘어 법인세, 자본소득세, 고소득자세와 같은 상위 소득자 전반의 조세부담률을 인상시키는 편이 타당하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긴축재정을 표방하는 동시에 감세를 외치고 있다. 노동운동은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사회보장 지출 확대 요구로 쟁점을 형성하고 인플레이션과 그에 후속할 가능성이 있는 경제위기의 결과가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운동적 토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자율을 결정하는 경제법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자율에는 사회적 관계가 반영된다는 주장을 다시 옮기며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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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LI 전북노동경제동향브리핑 No.12 (2022.12.) (by 전북노동정책연구원) JBLI 전북노동경제동향브리핑 No.11 (2022.9.) (by 전북노동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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